[사설] "당국 ELS 개입은 관치" 경제학자들 지적 외면해선 안돼

입력 2024-02-19 17:58  

논란이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연동 주식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해 금융당국이 배상안을 마련하는 것을 두고 국내 경제학자 10명 중 7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15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2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경제학자의 50% 이상은 은행이 ELS 투자자의 손실을 자율 배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홍콩 ELS 대규모 손실을 이유로 은행에서 ELS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도 70%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기본적 역할이다. 한국 정부는 ‘인자한 아버지(paternalism)’ 역할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홍콩 ELS 건은 정도가 심하다. 정부 당국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현재까지 확정된 홍콩 ELS 손실만 6000억원을 웃돌고, H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손실이 8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니 말이다. 그간 돈을 많이 번 은행에 손실 중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하면 정부가 멋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이지 온정으로 지탱되는 게 아니다. ‘어버이 국가’에 빠지도록 하는 게 관치금융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또 다른 의미는 국가 내에서도 역할을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국가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구성된다. 입법부가 법을 만들면, 금융당국이 속한 행정부는 잘 집행하면 된다. 법률을 위반했는지와 징벌 판단은 사법부가 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런 경우엔 70% 배상하고, 저런 경우엔 30% 배상하라고 일일이 개입한다면 월권이다. 불완전판매 여부와 불법행위 정도 등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독립된 법원은 이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이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에 대해 계속 운운하는 것은 자칫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일 수도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ELS 손실 관련은 법원의 판단에 따르고, 행정부와 입법부는 잘못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교과서적 역할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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